보조 냉장고를 비우고 결국 집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냉장고를 치우고 나니 그 자리에 제법 큰 빈 공간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그냥 비워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비어 있는 자리를 보고 있으니 바로 옆에 있던 랙선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게 저기로 들어가면 좋을 텐데.’
문제는 냉장고가 있던 자리 안쪽으로 배관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랙선반 크기는 얼추 맞아 보였지만, 저 부분에 걸리면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 했습니다.
그래도 한번 대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냉장고가 있던 자리를 닦았습니다.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곳이라 먼지도 있었고, 선반을 넣기 전에 한번 정리해두는 게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랙선반을 조금씩 밀어봤습니다.
그런데,
어?
들어갑니다.

배관처럼 튀어나온 부분과 선반 사이가 정말 절묘하게 맞았습니다.
미리 치수를 재서 맞춘 것도 아닌데, 걸리는 곳 없이 딱 들어갔습니다.
이럴 때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안 들어갔으면 다시 무거운 선반을 끌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했을 텐데 말이에요.
선반이 냉장고 자리로 들어가면서 원래 랙선반이 있던 자리도 비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각보다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집 안을 지나다니는 길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냉장고와 랙선반 때문에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람은 원래 꼭 정해진 길로만 다니지 않잖아요.
가까우면 그냥 가로질러 가고 싶은데, 큰 가구 두 개가 길을 막고 있으니 매번 정해진 방향으로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집 안에 작은 일방통행 도로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랙선반까지 자리를 옮기고 나니 그 길이 열렸습니다.
일방통행이 쌍방통행이 됐습니다.

냉장고 하나를 없앴을 뿐인데 생각보다 집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공간이 엄청 넓어진 것도 아닌데, 걸어 다닐 때 몸이 먼저 느낍니다.
조금 덜 돌아가도 되고,
뭔가를 들고 이동할 때도 덜 걸리고,
눈앞을 막고 있던 큰 물건이 없어지니 답답한 느낌도 줄었습니다.
요즘 집 안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정리는 꼭 수납함을 사고 물건을 반듯하게 넣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건 하나를 없애고,
가구 하나의 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훨씬 편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랙선반을 옮기면서 그걸 제대로 느꼈습니다.
집 안 동선이 불편하다면 새로운 수납용품을 사기 전에, 지금 놓여 있는 큰 물건의 위치를 한번 바꿔보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저희 집은 냉장고 하나를 비우면서 시작했는데,
결국 랙선반 자리까지 바뀌고,
매일 다니던 길까지 달라졌습니다.
아직 집 안에 정리할 곳은 많습니다.
그래도 전보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