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필터를 사용하다 보면 안쪽 필터가 점점 더러워집니다.
이번에도 별생각 없이 주방과 화장실 수전 필터를 분리해서 필터를 교체하고, 겸사겸사 부품도 씻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정말 간단했습니다.
더러워진 필터를 빼고 새 필터를 넣은 뒤 다시 조립하기.
그런데 주방과 화장실 필터를 한꺼번에 분리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방과 화장실 필터를 같이 분해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주방 수전 필터는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전환 스위치가 달려 있고, 화장실 수전 필터는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평소 장착돼 있을 때는 차이가 꽤 잘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부 분해했을 때였습니다.
사진처럼 각각 분리해놓고 보면 투명한 부품들이 생각보다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왼쪽이 주방용, 오른쪽이 화장실용인데 저는 맨 위쪽의 투명한 부품을 서로 바꿔 끼웠습니다.
당시에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부품을 전부 분리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작은 부품이 많았습니다.
필터만 있는 게 아니라 투명 캡, 망, 실리콘 링까지 하나씩 따로 빠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작은 부품들도 자세히 보면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실리콘 링은 위아래 모양이 다른 것도 있었고, 필터 역시 방향이 있어서 아무렇게나 끼우면 안 됐습니다.
실제로 한 번은 조립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세면대에 실리콘 링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순간 “이건 또 어디 거지?” 싶었습니다.
이상하게 안 맞았는데 힘이 부족한 줄 알았습니다
필터를 넣고 다시 조립하려는데 부품이 생각처럼 잘 닫히지 않았습니다.
보통 이쯤에서
“뭔가 잘못 끼웠나?”
하고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힘을 덜 줬나?”
그래서 더 세게 눌렀습니다.
손으로 안 되니까 바닥에 대고 눌러보려고 했는데 장판에 흠집이 날까 봐 수건까지 깔았습니다.
수건 위에 부품을 놓고 힘을 줘 꾹 눌러 끼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정성스럽게 잘못 끼웠습니다.
조립하고 나서야 뭔가 이상했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조립해서 주방 수전에 달아뒀습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모양이 이상했습니다.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었습니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알았습니다.
주방 필터에 있던 물줄기 전환 스위치가 없었습니다.
그제야 주방용과 화장실용 부품을 서로 바꿔 끼웠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물줄기 전환 스위치가 보이는 주방수전
평소에는 너무 당연해서 신경 쓰지도 않았던 스위치가 사라지고 나서야 잘못 조립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문제는 이미 너무 세게 끼워버렸다는 것
잘못 끼운 걸 알았으니 다시 빼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까 바닥에 수건까지 깔고 온 힘을 다해 눌렀으니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으로 당겨도 보고 돌려도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에 있던 공구까지 꺼냈습니다.
몽키스패너 같은 공구로 어떻게든 다시 분리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꽉 끼어버린 플라스틱 부품에는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쯤 되니 화가 나기보다 헛웃음이 났습니다.
필터 하나 갈려고 시작했는데 왜 제가 공구를 들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새 부품을 사러 갔습니다
도저히 다시 분리할 수 없어서 새 필터 부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혹시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을까 싶어 다이소에도 가봤지만 제가 쓰던 주방 수전 필터와 같은 제품은 찾지 못했습니다.
원래도 인터넷에서 샀던 제품이라 결국 처음 구입했던 제품과 같은 것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필터만 교체하려던 건데 결과적으로 필터 부품까지 통째로 새것이 됐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뜻밖의 재구매였겠지만 저는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배송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새 제품이 올 때까지 주방 수전은 필터 부품 없이 사용해야 했습니다.
필터 헤드를 빼고 나니 사실상 수전 호스 끝에서 물이 그대로 나오는 상태였습니다.
평소에는 필터 헤드가 물줄기를 잡아주고 있었는데 그게 없어지니 수도를 조금만 세게 틀어도 물이 아주 힘차게 쏟아졌습니다.
설거지하면서 물을 틀 때마다 사방으로 튀어서 몇 번이나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습니다.
저는 웃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남편에게는 이 일을 바로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새 제품이 오고 나서 다시 보니 더 잘 보였습니다
나중에 정상 부품을 다시 비교해보니 왜 헷갈렸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완전히 같은 모양은 아니지만 투명한 부품을 한꺼번에 분리해두면 얼핏 비슷해 보입니다.
특히 아무 생각 없이 씻어서 한곳에 모아두면 어느 쪽에서 뺀 부품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여러 수전 필터를 한 번에 청소할 때 가능하면 분리한 부품을 서로 섞지 않고 따로 놓는 게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분해하기 전에 사진을 한 장 찍어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다시 조립할 때는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처음 제품을 샀을 때 들어 있던 포장지 그림을 꺼내봤습니다.
필터캡, 필터, 필터컵 순서가 그림으로 표시돼 있었고, 어댑터 모양도 함께 나와 있어서 실제 부품과 하나씩 대조하면서 조립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부품이 많을수록 “이쯤이면 맞겠지” 하고 감으로 끼우는 것보다, 사진이나 포장지 그림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훨씬 정확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분해하기 전에 조립된 상태를 사진으로 한 장 찍어두려고 합니다.
이번에 다시 필터를 교체하면서 보니 기존 필터에도 제법 이물질이 붙어 있었습니다.
필터 교체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려웠던 건 제가 멀쩡한 부품 두 개를 합쳐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버렸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전 필터를 다시 조립하면서 배운 것
이번 일 이후로 뭔가 조립할 때 잘 안 맞으면 예전처럼 바로 힘부터 주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부품의 방향이 맞는지, 다른 제품의 부품을 섞은 건 아닌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특히 비슷한 부품을 여러 개 한꺼번에 분리한다면
어느 제품에서 나온 부품인지 따로 두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에 다시 분해해보니 한 가지 더 느꼈습니다.
이런 제품은 분리할 때보다 다시 조립할 때가 더 어렵습니다.
부품이 여러 개라면 한 번에 다 풀어놓기보다, 어느 쪽에서 뺀 부품인지 따로 두거나 분해 순서대로 사진을 찍어두는 게 훨씬 편했습니다.
특히 투명 부품은 겉으로 비슷해 보여서 기억만 믿고 다시 끼우면 저처럼 엉뚱한 조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눌러도 안 맞는다면, 내 힘이 부족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필터 하나 교체하려다가 같은 제품을 한 번 더 산 뒤에야 알았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일찍 멈춰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