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청소하다 목을 부러뜨린 날|분해 전에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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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여름 내내 잘 썼던 선풍기를 하나씩 정리하게 됩니다.

그냥 넣어두기엔 날개며 망이며 먼지가 꽤 쌓여 있어서, 저는 보관하기 전에 한 번 깨끗하게 씻어두려고 했습니다.

내년 여름에 꺼냈을 때 바로 쓸 수 있게 말끔하게 정리해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소하다가 선풍기 목을 부러뜨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선풍기 망을 분리하려고 나사를 풀었다

선풍기 앞쪽 망과 날개까지는 무리 없이 분리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느방향으로 풀어야하는지 그림이 다 적혀있었거든요.

문제는 제일 뒤쪽 망이었습니다.

나사를 풀었는데도 뒤쪽 망이 생각처럼 빠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번 멈추고 구조를 다시 봤어야 했는데, 저는 어떻게든 빼보겠다고 선풍기 목 부분을 잡고 힘을 줬습니다.

처음에는 살짝 흔들었습니다.
그래도 안 빠졌습니다.

조금 더 힘을 줬고,

뚝.

뒤쪽 망은 그대로인데 선풍기 목이 먼저 꺾였습니다.

분명 뒤쪽 망 하나 빼려고 했는데, 왜 선풍기 목이 먼저 분리된 것인가.

정확히는 분리라기보다……

선풍기 목이 날아갔습니다.

잠깐 멍했습니다.

나는 분명 선풍기를 청소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선풍기가 고장 난 것인가.

깨끗한 선풍기를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결과물은

목이 꺾인, 깨끗하지도 않은 선풍기였습니다.

깨끗하게 만들려던 선풍기. 결과는 목이 먼저 날아갔다.

제일 먼저 웃은 사람은 딸이었다

저는 부러진 선풍기를 들고 멍하니 있었는데,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딸은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바로 아빠한테 전화를 걸더라고요.

“아빠ㅋㅋ 엄마가……”

뒤에는 웃느라 말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저는 선풍기보다 딸을 먼저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예전에 힘으로 뭔가를 망가뜨린 전적이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아 그래? 그럼 새로 하나 사면 돼.”

위로를 받은 건지,

전적을 인정받은 건지 애매했지만……

그날은 정말 민망했습니다.

힘으로 해결하기 전에 한 번 더 봤어야 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습니다.

안 빠지면 더 세게 흔들 것이 아니라

왜 안 빠지는지 다시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제품마다 선풍기 망이나 날개를 분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겉으로 보이는 나사를 풀었다고 해서 바로 분리되는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연결부가 있는 가전제품은 오래 사용하면서 약해져 있을 수도 있으니, 힘을 주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 마음도 지갑도 편합니다.


한 대 망했다고 다른 선풍기까지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 다음에는 이 기준부터 확인하고 청소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선풍기 청소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청소 방법보다 이것입니다.

“일단 힘주기 전에 다시 보자.”

나사가 정말 다 풀렸는지,

분리 방향이 맞는지,

놓친 고정 부분은 없는지.

몇 초만 더 확인했으면 멀쩡했던 선풍기를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빨리 끝내고 싶어서 힘으로 해결하려는 순간이 종종 있는데, 이상하게 그런 순간에 일이 하나씩 더 생깁니다.

그래서 요즘 제 생활 속 작은 원칙이 하나 생겼습니다.

생각 한 번 더 하고, 힘쓰기 전에 다시 보자.

선풍기 한 대가 몸소 알려준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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